오순경 작가에게는 전통화 디렉터라는 또 다른 직함이 있다. 미인도, 초충도, 궁모란도 등 전시회 속 작품들이 사용된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에서 전통화 디렉터로 활동하며 미술 자문은 물론 드라마 속 그림을 그렸다. 특히 드라마에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등장하는 미인도는 신사임당 역을 맡은 배우 이영애씨의 아름다움을 단아하게 표현해 오랫동안 눈길이 머문다.
"지난 2014년 민화 작가가 주인공이었던 <마마>라는 드라마에서 미술 자문을 하며 전통화 디렉터라는 말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미술감독과는 다른 일이기에 전문적인 직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드라마에서 한 점의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을 화면에 담으려면 초본, 중간본, 80% 완성본, 100% 완성본처럼 같은 그림을 네 가지 버전으로 준배해야 한다. <사임당, 빛의 일기>에서는 총 200점이 넘는 그림을 그려야 했다. 게다가 기획 단계부터 충분한 협의를 거쳐 어떤 그림을 사용할 것인지 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전날 대본이 수정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이렇게 민화에는 그림마다 복을 비는 마음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