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기술

Technique of Healing


2022.03.26 ~ 2023.05.07 


참여작가 

김용민, 김병종,  고창선, 김유정, 김지민, 김진, 노주련, 박자용, 변경수, 신기운, 유의정, 이명호, 이지영, 임상빈, 정혜련, 조은필, 조정현, 차민영, 차재영, 하원 


김용민 Kim, Youngmin 


'치유의 기술'은 시대적 문제로 인한 고갈된 감정의 부재를 회복하자는 관점에서 시작하였다. 미디어의 단순한 시각적 유희전달을 벗어나 관객의 사유하는 즐거움과 소통을 중점으로 스토리텔링을 시각화하였다. 총 25점의 미디어 작품은 특별히, 일상의 '익숙한 소재'에서 공감의 정서를 찾아갔다. 마주하는 색의 온도와 귀로 들려오는 멜로디를 통해 잊혀진 존재의 소중함을 찾아가는 과정과 정신적 영역에 접근하여 자기 내면의 관계적 성숙과 감정의 치유를 맞이하길 바란다.


김병종 Kim, Youngmin


나는 나의 작업이 '살아있는 만물의 노래'를 듣고 보는 방식이 아닌 '살아있기에 만물과 함께 부르는 노래'를 읽히는 것을 선호한다. 동서양의 위인들을 아우르는 거창한 이야기를 하거나 잿빛으로 물든 교정을 거닐며 축적된 비판적 사고를 화폭에 재현했던 초기작에서 지금의 생명의 노래를 연작으로 바뀌게 된 연유가 바로 내가 직접 경험한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여기 살아서 자연을 느낄 수 있고 함께 노래할 수 있는 삶이야말로 의미 있는 삶이며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할 수 있는 삶이다. 그래서 나의 자연은 시각적 영역으로서의 경관의 대상이기보다는 영적인 영역에서의 삶의 지속성을 의미하는 종교적 영역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고창선 Koh, Changsun


나의 작업은 우리가 바라보는 시각 예술의 진정성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작업이다. 급속도로 발전한 컴퓨터 그래픽 기술에 의해 실사와 구분하기 어려운 현실이 되었다. 나는 이번 작품을 통해 관람객이 이것을 '잘 만들었다', '실사와 같다' 등의 판단을 하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이 작품에 과연 관람객이 관조하여 몰입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의 답을 얻고 짚었다. 나는 이미지를 통해서 몰입을 하고 관조를 통해서 치유와 위안을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나름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김유정 Kim, Yujung


나는 인공적인 자연과 빛을 이용한 특수한 공간을 제작하여 관람객에게 사색의 시간을 부여한다. 현대 광고판의 형식과 동양적 정원의 느낌을 결합시켜 음영의 농담으로 보이는 그림자의 톤들이 새벽안개 사이로 살아 있는 듯한 자연 풍경을 체험하게 한다. 그럴듯하게 만들어진 이 공간은 가상의 시스템 안에서의 휴식 조차도 때로는 강요당할 수 있다는 역설적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강하게 투과되는 빛 사이로 서정적으로 재현된 풍경들은 인공의 생명력을 얻어 관람객의 내면을 정화시키는 치유의 정원이 된다.


김지민 Kim, Jimin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소비행위를 통해 스스로에게 위안을 준다. 비록 값비싼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자신을 만족하게 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즐거움이 된다. 소비라는 행위의 만족감은 오래 가지 않고 곧 허무함으로 찾아오지만, 다양한 브랜드의 쇼핑백을 들고 함박웃음을 짓고 부유하는 '만족이'라는 관람객에게 다른 측면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쇼핑백을 들고 만족하는 모습을 통해 관람객이 직접 쇼핑을 하지 않고서도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김진 Kim, Jin


숲은 안인지 밖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다. 숲은 우리에게 그 무엇도 강요하지 않는다. 수 억년 전부터 항상 있어왔고, 인간의 탐욕에 의해 파괴되지 않는 한, 숲은 앞으로도 계속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 관객은 거대한 가상의 숲속에서 알 수 없는 생명들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목격하며 안인지 밖인지 모르는 모호한 순간의 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삶 속에서 불현듯 마주하게 되는 그 모호함이야말로 늘 강요당했던 우리의 삶을 치유하기에 가장 좋은 순간이다.


노주련 Roh, Juryun


딱지는 세상을 비추어 나를 빚었고, 나는 세상을 비추어 딱지를 접었다. 세상이 변하면 딱지도 변하고, 딱지가 변하면 나도 변한다. 딱지는 나 자신이면서 너이고 우리이자 세상이다. 여기 황금의 책이 펼쳐져 있다. 그 책 속에 딱지가 있다. 그리고 내가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지나칠 때마다 겹쳐지고 겹쳐지는 나의 모습은 지나온 삶의 기억일 수도 있고, 억겁의 윤회를 겪은 영혼들의 잔상일 수도, 평행우주의 또 다른 나일 수도 있다. 이 중첩된 나는 과거이자 현재이며 미래이다. 과거는 오늘의 나를 만들었고, 미래의 나는 오늘을 재단한다. 그리고 오늘의 나는 다시 어제의 나를 재정립한다.


박자용 Park, Jayong


'개와 늑대의 시간'에는 만화경 속으로 관람객이  직접 들어간다. 거울반사 현상을 직접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관람자가 서 있는 현실 공간으로 작품 내부의 공간을 확장하고, 거울 속에 나의 이미지를 반영한다. 관람객이 작품의 일부가 되는 순간이다. 경계를 통해 창문 앞에서, 문 앞에서, 건물 앞에서, 거울 앞에서, 작품 앞에서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손에 닿을 것 같이 가깝게 느껴지는 현실 세계지만 우리의 눈만 이용해서는 완전히 편집하거나 따로 잘라내어 저장할 수는 없다. 어쩌면 현실 세계는 점점 사라져가는 반사 현상 속에서 흩어지는 것을 좋아하는 지도 모를 일이다. 


변경수 Byun, Kyungsoo


내 작업은 불안을 극복하고 사랑으로 가득 찬 존재로 거듭나려는 조작적 시도이다. 나에게 있어 치유란 불안을 극복하고 사랑하며 사는 것이다. 불안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고통을 수반한 치료에 가깝다. 서로 사랑하는 것은 모든 것을 치유한다. 따스하고 포근하며 깨끗한 사랑의 존재는 나에게 절대적인 위안이다. 하지만 내 안에 있는 사랑은 아주 매우 작다. 그래서 작은 사랑의 빛을 놓치지 않고 그 빛으로 나를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작업한다.


신기운 Shin, Kiwoun


내 작업들은 지나간 장소들과 내가 살던 곳의 환경을 인터벌 촬영을 이용하여 24시간 동안의 미묘한 빛의 변화를 기록한 연작들이다. 지나온 장소와 그 물건들을 추억하다 보면, 문득 나 자신만이 그곳으로부터 떠나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 장소와 그것들은 변함없이 여전히 새벽과 아침, 낮과 밤을 온전히 맞이하며 거기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는 성찰을 작업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떠나온 내가 지나간 그대로 남아 있을 장소 그 물건들에게 작품을 통해 안부를 전한다.


유의정 Yoo, Euijeong


나는 도자예술의 역사가 가지고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술적 특징과 사회적, 문화적 인식을 참조하여 작품을 창조한다. 나의 도자기는 익숙하지만 출처를 확신할 수 없는 문양과 양식을 통해 실재와 비실재가 뒤섞인 상태로 대중의 인식적 틈새에 자리한다. 남겨진 유물이 지나온 시간에 대해 증거라면, 나의 도자기는 현재의 우리와 남겨질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명호 Lee, Myoungho


감상자를 치유시키는 것은 예술의 가장 본질적인 기능이자 더불어 작가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나와 내 작업 또한 마찬가지이다. 관람객들이 작품에 몰입되고 이입되어 가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피사체로 대상화, 객관화하여 바라봄으로써 치유를 위한 환기가 일도록 하는 행위가 곧 나에게 있어서의 예술이다.


이지영 Lee, Jeeyoung


나의 이번 작품은 매일 마주쳤던 이웃집 나무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웃집 나무의 죽음을 목도한 경험과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목격한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이 작업의 나무 오브제들은 모두 일회용 플라스틱 재료로 사용해서 제작된 것으로, 수많은 재료를 하나하나 이어 붙여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기억 속의 이웃집 나무를 숲으로 재탄생 시켰다. 나의 내면을 시각화하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삶 속에서 받은 상처들을 보듬고 치유한다. 결국 작업을 하는 시간과 행위 자체가 나에게는 치유인 것이다.


임상빈 Im, Sangbin


바다에는 파도가 친다. 우리가 기쁘거나 슬프거나 그저 출렁일뿐이다. 고래고래 아무리 고함을 질러 봐도 그렇게 무심할 수가 없다. 도도하고 유구한 자연은 남의 인생은 내 알바 아니라며 매일 넘실대며 오늘도 내일도 춤을 춘다. 바닷가에서 하염없이 시간이 흘렀다. 수많은 파도를 목도하며 내 마음을 돌아봤다.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그러나 시원한 기분이다. 그래서 다시금 희망을 품는다. 그리고 툴툴 털고 일어난다.


정혜련 Jung, Hyeryun


'A line of the projection'에서 어떤 구체적인 이미지를 선보이지 않는다. 그저 불빛에 의해 그려진 공간의 드로잉만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을 관람객들은 이상적인 것 혹은 경건한 대상을 보듯 하늘을 향해 목격한다. 꽃 같아 보이기도 하고 기차 선로 같아 보이기도 하는 그것에 대한 시각적 판단은 오롯이 관람객의 몫이다. 우리가 현실에 대한 명확한 구분을 제시할 수 없기에 현실이 아닌 것 즉, 상상하는 것에 대한 경계를 알 수 없는 것이다.


조은필 Cho, Eunphil 


나의 작업은 블루 컬러를 주된 조형 요소로 하여 일상적 소재를 초현실적으로 비일상적인 공간으로 전화하는 설치 작업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공간은 관람자 뿐만 아니라 작가 스스로에게도 낯선 순간의 체험을 제공한다. 블루는 긍정적이고 이상적인 힘을 상징하는 한편 비극과 공허함, 극도의 고독 등을 상징하기도 하는 극단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블루는 현실의 사물과 공간을 치환하거나 현실적 이미지를 배제하는 것으로 사용되어 왔다. 다시 말해, 그것은 작업에서 완벽하게 현실을 탈각하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며, 현실을 비현실로 전환하는 중요한 매개체이다.


조정현 Cho, Junghyun


나의 작업은 인간과 자연의 상호 관계로서의 상태들을 나타내며, 내가 상상하는 다가올 미래의 모습이다. 관람객들에게 보다 과장된 미래를 보여 줌으로써, 현재에 대한 다양한 감정을 전달하기를 원했다.  나의 작품에서 보이는 이미지는 미래를 우울하게 받아들이는 요소들을 가지고 있지만, 미리 보기를 통해서 훗날을 준비하고 치유하는 슬기로움을 위한 역설적 표현이다. 나의 몽환적이고 모호한 상태의 공간이 어떠한 이들에게는 거부감으로 다가갈 수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 안에서 이루어져 있는 다양한 오브제들의 조화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비일상적인 상황을 경험시키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다.


차민영 Cha, Minyoung


내 작업은 우리가 체험하고 익숙한 장소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이해에 관한 것이다. 펜데믹 이후 우리를 둘러싼 기존 공간들은 급격히 해체되고 재구성되고 있다. 그중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공간 중 하나가 바로 집이다. 집의 의무는 코로나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과 비대면 의료, 자가격리 등 코로나 이전에는 겪지 못했던 여러 가지 의무를 수행해야만 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이러한 집의 과부하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용어가 '레이어드 홈'일 것이다. 인간의 삶은 장소에서 일어나고, 삶은 곧 상처와 치유의 연속이다.


차재영 Cha, Jaeyoung


나의 작품은 천장을 중심으로 출발하여 벽으로, 바닥으로, 혹은 또 다른 천장으로 각기 다른 각도와 형태를 띠며 전체적으로 큰 덩어리의 공간을 이룬다. 화이트 프레임 안팎으로 다른 공간이 펼쳐질 거란 상상과 함께 핑크색 천의 형태를 눈으로 따라가려다 보면 관람객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기도 하고 숙이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는 '낯설음'이라는 것을 관람객이 눈으로 직접 보고 몸으로 체험하고, 감각으로 느끼는 이상한 경험을 하길 바란다. 그 순간에 우리는 일상에서 벗어나 무언가로부터 완벽히 벗어난 온전히 자유로운 상태가 될 것이며 바로 이 지점에서 정신의 치유를 느끼게 될 것 이다.


하원 Ha, Won


나의 작품은 '나'라는 존재를 확인하고픈 어설픈 욕망에서 시작되어 세상과 나의 관계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형상화되었다. 나는 하나의 온전한 주체이면서도 인류사 속의 일원이며 더 나아가 자연의 일부다. 전체적이면서 부분이고,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들은 실제로 매 순간 새롭고 서로 같지 않다. 나의 작품은 이러한 사유를 조형적으로 구조화하여 보여주고자 하는 시도이다. 관람객의 움직임과 작품에 비치는 이미지로 인하여 관객 자신이 작품의 일부가 되고 자신의 움직임으로  시간과 공간의 일부인 작품을 완성시키는 경험 속에서 모든 것이 함께 공존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치유의 기술

Technique of Healing

2022.03.26 ~ 2023.05.07


참여작가 

김용민, 김병종,  고창선, 김유정, 김지민, 김진, 노주련, 박자용, 변경수, 신기운, 유의정, 이명호, 이지영, 임상빈, 정혜련, 조은필, 조정현, 차민영, 차재영, 하원


김용민 Kim, Youngmin


'치유의 기술'은 시대적 문제로 인한 고갈된 감정의 부재를 회복하자는 관점에서 시작하였다. 미디어의 단순한 시각적 유희전달을 벗어나 관객의 사유하는 즐거움과 소통을 중점으로 스토리텔링을 시각화하였다. 총 25점의 미디어 작품은 특별히, 일상의 '익숙한 소재'에서 공감의 정서를 찾아갔다. 마주하는 색의 온도와 귀로 들려오는 멜로디를 통해 잊혀진 존재의 소중함을 찾아가는 과정과 정신적 영역에 접근하여 자기 내면의 관계적 성숙과 감정의 치유를 맞이하길 바란다.


김병종 Kim, Youngmin


나는 나의 작업이 '살아있는 만물의 노래'를 듣고 보는 방식이 아닌 '살아있기에 만물과 함께 부르는 노래'를 읽히는 것을 선호한다. 동서양의 위인들을 아우르는 거창한 이야기를 하거나 잿빛으로 물든 교정을 거닐며 축적된 비판적 사고를 화폭에 재현했던 초기작에서 지금의 생명의 노래를 연작으로 바뀌게 된 연유가 바로 내가 직접 경험한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여기 살아서 자연을 느낄 수 있고 함께 노래할 수 있는 삶이야말로 의미 있는 삶이며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할 수 있는 삶이다. 그래서 나의 자연은 시각적 영역으로서의 경관의 대상이기보다는 영적인 영역에서의 삶의 지속성을 의미하는 종교적 영역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고창선 Koh, Changsun


나의 작업은 우리가 바라보는 시각 예술의 진정성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작업이다. 급속도로 발전한 컴퓨터 그래픽 기술에 의해 실사와 구분하기 어려운 현실이 되었다. 나는 이번 작품을 통해 관람객이 이것을 '잘 만들었다', '실사와 같다' 등의 판단을 하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이 작품에 과연 관람객이 관조하여 몰입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의 답을 얻고 짚었다. 나는 이미지를 통해서 몰입을 하고 관조를 통해서 치유와 위안을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나름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김유정 Kim, Yujung


나는 인공적인 자연과 빛을 이용한 특수한 공간을 제작하여 관람객에게 사색의 시간을 부여한다. 현대 광고판의 형식과 동양적 정원의 느낌을 결합시켜 음영의 농담으로 보이는 그림자의 톤들이 새벽안개 사이로 살아 있는 듯한 자연 풍경을 체험하게 한다. 그럴듯하게 만들어진 이 공간은 가상의 시스템 안에서의 휴식 조차도 때로는 강요당할 수 있다는 역설적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강하게 투과되는 빛 사이로 서정적으로 재현된 풍경들은 인공의 생명력을 얻어 관람객의 내면을 정화시키는 치유의 정원이 된다.


김지민 Kim, Jimin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소비행위를 통해 스스로에게 위안을 준다. 비록 값비싼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자신을 만족하게 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즐거움이 된다. 소비라는 행위의 만족감은 오래 가지 않고 곧 허무함으로 찾아오지만, 다양한 브랜드의 쇼핑백을 들고 함박웃음을 짓고 부유하는 '만족이'라는 관람객에게 다른 측면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쇼핑백을 들고 만족하는 모습을 통해 관람객이 직접 쇼핑을 하지 않고서도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김진 Kim, Jin


숲은 안인지 밖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다. 숲은 우리에게 그 무엇도 강요하지 않는다. 수 억년 전부터 항상 있어왔고, 인간의 탐욕에 의해 파괴되지 않는 한, 숲은 앞으로도 계속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 관객은 거대한 가상의 숲속에서 알 수 없는 생명들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목격하며 안인지 밖인지 모르는 모호한 순간의 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삶 속에서 불현듯 마주하게 되는 그 모호함이야말로 늘 강요당했던 우리의 삶을 치유하기에 가장 좋은 순간이다. 


노주련 Roh, Juryun


딱지는 세상을 비추어 나를 빚었고, 나는 세상을 비추어 딱지를 접었다. 세상이 변하면 딱지도 변하고, 딱지가 변하면 나도 변한다. 딱지는 나 자신이면서 너이고 우리이자 세상이다. 여기 황금의 책이 펼쳐져 있다. 그 책 속에 딱지가 있다. 그리고 내가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지나칠 때마다 겹쳐지고 겹쳐지는 나의 모습은 지나온 삶의 기억일 수도 있고, 억겁의 윤회를 겪은 영혼들의 잔상일 수도, 평행우주의 또 다른 나일 수도 있다. 이 중첩된 나는 과거이자 현재이며 미래이다. 과거는 오늘의 나를 만들었고, 미래의 나는 오늘을 재단한다. 그리고 오늘의 나는 다시 어제의 나를 재정립한다.


박자용 Park, Jayong


'개와 늑대의 시간'에는 만화경 속으로 관람객이  직접 들어간다. 거울반사 현상을 직접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관람자가 서 있는 현실 공간으로 작품 내부의 공간을 확장하고, 거울 속에 나의 이미지를 반영한다. 관람객이 작품의 일부가 되는 순간이다. 경계를 통해 창문 앞에서, 문 앞에서, 건물 앞에서, 거울 앞에서, 작품 앞에서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손에 닿을 것 같이 가깝게 느껴지는 현실 세계지만 우리의 눈만 이용해서는 완전히 편집하거나 따로 잘라내어 저장할 수는 없다. 어쩌면 현실 세계는 점점 사라져가는 반사 현상 속에서 흩어지는 것을 좋아하는 지도 모를 일이다.


변경수 Byun, Kyungsoo


내 작업은 불안을 극복하고 사랑으로 가득 찬 존재로 거듭나려는 조작적 시도이다. 나에게 있어 치유란 불안을 극복하고 사랑하며 사는 것이다. 불안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고통을 수반한 치료에 가깝다. 서로 사랑하는 것은 모든 것을 치유한다. 따스하고 포근하며 깨끗한 사랑의 존재는 나에게 절대적인 위안이다. 하지만 내 안에 있는 사랑은 아주 매우 작다. 그래서 작은 사랑의 빛을 놓치지 않고 그 빛으로 나를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작업한다.


신기운 Shin, Kiwoun


내 작업들은 지나간 장소들과 내가 살던 곳의 환경을 인터벌 촬영을 이용하여 24시간 동안의 미묘한 빛의 변화를 기록한 연작들이다. 지나온 장소와 그 물건들을 추억하다 보면, 문득 나 자신만이 그곳으로부터 떠나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 장소와 그것들은 변함없이 여전히 새벽과 아침, 낮과 밤을 온전히 맞이하며 거기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는 성찰을 작업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떠나온 내가 지나간 그대로 남아 있을 장소 그 물건들에게 작품을 통해 안부를 전한다. 


유의정 Yoo, Euijeong


나는 도자예술의 역사가 가지고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술적 특징과 사회적, 문화적 인식을 참조하여 작품을 창조한다. 나의 도자기는 익숙하지만 출처를 확신할 수 없는 문양과 양식을 통해 실재와 비실재가 뒤섞인 상태로 대중의 인식적 틈새에 자리한다. 남겨진 유물이 지나온 시간에 대해 증거라면, 나의 도자기는 현재의 우리와 남겨질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명호 Lee, Myoungho 


감상자를 치유시키는 것은 예술의 가장 본질적인 기능이자 더불어 작가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나와 내 작업 또한 마찬가지이다. 관람객들이 작품에 몰입되고 이입되어 가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피사체로 대상화, 객관화하여 바라봄으로써 치유를 위한 환기가 일도록 하는 행위가 곧 나에게 있어서의 예술이다.